designed by Soo Hyun Shin

청계천 광석라디오 탐사대는 청계천 전자상가에서 그때 그시절 광석라디오를 다시 제작해 보면서 역사, 기술, 도시를 탐구합니다.
청계천 시장의 전자 전문 기술자, 열이면 열, 소짓적에 이 곳 장사동 고물상같은 곳에서 얻거나 주운 신기한 돌멩이(방연석)로, 혹은 무전기에서 해체한 다이오드로 조립해 보고, 어떻게 이런 것만으로도 소리가 나는지 참으로 놀라워 했던 광석라디오! 그 신기함에 사로잡힌 이들을 "전파"사에서 청춘을 보내고 "전자"상가에서 평생을 바치게 한 운명의 기술이 또한 광석라디오였습니다. 기술자만이 아니라 그 시절 손수 만들어 보면서 그 원리를 터득해간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한 번쯤 제작해 본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돌아온 돌라디오! 그때 그랬듯이 예전 그대로의 돌로, 전자상가에서 여전히 구할 수 있는 당시 부품으로, 현재의 전파환경에도 검파가 가능하게 개조한 방식으로, 전파의 수신만이 아니라 송신하는 장치와 함께, 총 네 번에 걸쳐 광석라디오를 만들어보면서, 전자 기술과 부품의 발달사와, 청계천 전자상가의 흥망성쇠와, 전자 기술자 그들의 삶과, 낡은 기술을 뉴미디어로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생생하게 보고듣고 만지고 느끼며 배워보려고 합니다. 자연과 기술, 기술과 문화, 역사와 도시를 누비며 배우고 만들고 실험하는 청계천 광석라디오 탐사를 시작합니다.

photographed by Hyuk Kyoo Choi

탐사 1차 ] 라디오 석기시대, 돌이 시작이었다니! 광물의 활용
라디오에 "석기 시대"가 있었습니다. 건전지 없이도 전파에서 신호를 잡아내는 돌을 가지고 라디오 방송을 들었던 때, 바로 그 광석라디오를 만들어봅니다. 전원 공급이 필요없는 대신 당시의 통신용 수화기를 가지고 혼자만 들을 수 있었던 가장 간단한 형태의 라디오를 만들어 봅니다.

"무전기 같은 거 분해해 보면 다이오드가 나왔는데, 우리가 막 이름을 붙였지, 생긴 모양대로. 쪼꼬레뜨 광석, 유리 광석, 총알 광석... 근데 그 다이오드 안에 보면 아주 조그만 돌멩이가 있었어. 처음에는 바로 그런 돌만 가지고 라디오 수신을 한 거지. 사실, 다이오드 같은 부품은 그러면서 더 편리하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고..."
이승근(수리수리협동조합 대표, 수리기술자)

photographed by Hyuk Kyoo Choi

탐사 2차 ] 라디오 청계천시대, 전자상가를 털어라 다이오드와 바리콘
청계천 일대에 전문 전자상가가 자리잡고 각종 전자 부품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광석라디오도 다이오드로 검파를 하고 바리콘(가변콘덴서)으로 선국을 하는 식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청계천 전자상가의 여러 부품 상점과 수리 가게와 작업장을 찾아가 전자상가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당시의 전자 부품을 구하고 익히면서 그 때 그 광석라디오를 만들어 봅니다.

"겨울 방학 때 서울 누나네 집에 놀러 가서 광석라디오를 만든 적이 있었어. 그 때 누나네 전화기 선 하나를 따서 연결했더니 엄청 잘 나오는 거야. 김일성 방송이 막 나와. 청평에서는 하나도 안 나왔었는데...그런데 누나가 집에 돌아와서 누가 그랬냐고 막 화내고 물어보는데 입 싹 닫고 모르는 척 했지."
차광수(차전자 대표, 발명가)

photographed by Hyuk Kyoo Choi

탐사 3차 ] 지금의 라디오시대, 전파를 잡아라 거미줄 안테나와 집적회로
간단한 전파 수신과 검파만으로도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광석라디오의 고성능 때문이 아니라 라디오 방송국이 하나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방송국도 늘어났고 휴대전화와 블루투스까지 수많은 전파가 공중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환경이 되어 예전의 광석라디오는 추억으로 남겨지는 듯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광석라디오! 전자파탐지기겸 재난 방송수신용 라디오로 거듭난 광석라디오를 거미줄 안테나와 집적회로를 가지고 만들어 봅니다.

"우리나라 케이비에스(KBS)가 재난방송 주관인데, 태풍같은 재난이 오면 에프엠(FM)이 다 죽을 수도 있지. 최악의 상황에는 케이비에스 하나만 중파방송을 하게 될 수도 있어... 원자탄이 떨어져도 할 수 있게 설비를 해놨을 거니까. 그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이 광석라디오인 거지."
유만길('취미와 자작'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 아마추어 무선사)

photographed by Hyuk Kyoo Choi

탐사 4차 ] 모두의 라디오시대, 이제는 내가 쏠게 트랜시버 제작과 송신
광석라디오는 전파를 잡아 방송을 듣는 수신기입니다. 우리가 직접 우리의 목소리를 실은 전파를 쏘아볼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라디오 전파 방송을 해보는 겁니다. 광석라디오를 만들어 듣던 시절부터 몇 가지 부품을 더 붙여 무전기와 같은 트랜시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트랜지스터로 제작한 트랜시버를 이용해 우리의 방송을 송신하고, 지금까지 만든 여러 광석라디오 수신기로 들어봅니다.

"트랜시버가지고 장난을 많이 했지. 사람들이 한창 드라마듣고 있을 때, 우리가 그걸로 전축을 틀어서 훼방을 놨지."
이승근(수리수리협동조합 대표, 수리기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