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기술 읽기 - 홈 디렉토리 🗂

여성을 위한 열린 기술랩은 매년 기술연구모임을 열고 있습니다. 2022년의 모임으로 6월부터 진행한 ‘비판적 기술 읽기’는 참여 작가마다 한가지 기술을 정하고, 이를 리서치한 후, 창작과 연결하거나 기술에 관해 주체적인 관점을 마련하는 기술 비평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9월 미술주간에 워크숍, 대담 등 참여작가의 연구 주제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2023년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총 4일간, 《홈 디렉토리》를 열고, 6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다중 사용자 OS에서 사용자마다 할당되는 독립적인 공간을 홈 디렉토리(home directory)라고 하죠. 참여 작가들이 준비한 그간의 연구 자료가 “따로 또 같이” 여성을 위한 기술랩(청계상가)에 놓일 예정입니다. 편하게 들러 훑어보고 가시고, 여러 주제 사이에서 반짝이는 교차점을 찾아봐도 좋겠습니다.

덮어쓰기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 커뮤니티 속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온라인상에서의 혐오 표현은 그 의미를 끊임없이 비트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맥락적 해석이 필요한 혐오 표현을 구분해낼 수 있는 클린봇만의 명백한 기준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통상적인 혐오 표현만을 걸러내는 클린봇의 기능이 온라인 상의 혐오를 완전하게 사라지게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견고한 여성혐오의 세계에 흠집을 내고 그곳을 재점유하는 행위인 ‘덮어쓰기’를 해보려 한다....

상실의 기술

죽은 사람과 ‘대화’를 도와주는 기술은 공상과학 소설의 단골 소재다. 그동안 여러 종교, 무속인, 사기꾼들 역시 망자를 만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더이상 이별이란 없다(”You never have to say goodbye to those you love most”)’고 홍보하는 유온리버추얼(YOV)과 같은 서비스 기업, 특정 인물처럼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딥러닝 언어모델이 늘어나면서 마침내 망자와의 대화는 가까운 미래로 다가왔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은 인류의 꿈인 동시에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과제 였지만, 반면 상실이란 감정은 상대적으로 기술의 손이 덜 닿은 우리 삶의 몇 안 되는 한 면이었다....

스튜디오 <OOO키친>

작가의 작업실의 일부를 홈 디렉토리 공간내로 가져오는 컨셉으로 진행됩니다. 공간은 어느 집의 부엌인지 작업실인지 알 수 없는 각종 기기들로 구성됩니다. 작가가 직접 연구한 다양한 재료로 만든 여러 형태와 색깔의 바이오 플라스틱 샘플들, 변주와 우당탕탕 실패들을 나열하고 각종 바이오 플라스틱 제작 레시피들의 아카이빙 자료, 그리고 레시피의 다른 매체와의 혼종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펼쳐보입니다. 감자전분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만들기 워크샵 1월 27일 연계 행사 참여인원: 5명 이하 시간: 1/27(금) 오후 4:00-5:00 신청 : https://c11....

툴을 쥔 인간은 툴의 방식으로

‹툴을 쥔 인간은 툴의 방식으로 A hand holding a tool A tool moving a hand›는 비판적 기술 읽기 모임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한 리서치 결과를 모은 자료집이다. ‹툴을 쥔 인간은 툴의 방식으로›는 지난 9월 비판적 기술 읽기 중간 공유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글쓰기 워크숍 ‹운율로부터 배열로› 결과물과 함께 다양한 글쓰기 도구(GPT-3, ChatGPT, 워드프로세서, HTML, CSS)를 활용해 ‘쓴다는 것’에 관해 탐구한 읽을거리를 모아 함께 수록했다. (”툴을 쥔 인간은 툴의 방식으로”는 황정은 작가의 연작 소설 『디디의 우산』에 수록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포스트 프라이버시 테라피

‘포스트-프라이버시’는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 보호를 더 이상 디지털 시대 이전의 개념으로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등장한 단어입니다. 포스트-프라이버시 시대는 기술의 대가로서 프라이버시를 타협하기를 모두에게 요청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비슷한 위협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며, 디지털 프라이버시라는 지식을 이해하는 일, 그리고 해결하는 일은 보안과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불평등과 혐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프라이버시’라는 지식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이해해나가는 일의 피로감은 또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포스트 프라이버시 테라피>는 건강한 방법론을 고민하면서도 이에 의문을 표하는 리서치의 과정을 전시합니다....